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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감나무의 홍시 하나

                                        이홍주 전도사

  2018년이 희망을 품고 열두 달 동안 파란만장하게 세월을 보내었다.
이제 달랑 마지막 한 장! 더 이상 넘어갈 수도, 계속 머물지도 못한 체 그냥 머뭇머뭇, 서운한 듯 아쉬운 모습으로, 두려운 듯 초초한 모습으로 그냥 총총거리고 있다.  
   병동의 성탄장식과 트리, 연말을 꾸미게 될 행사준비로 부푼 기대와 손길들이 반짝이는 눈망울에 분주하다. 김장의 계절, 성탄의 계절, 결산의 계절, 이제 남은 몇 개의 낙엽까지도 소중하게 바라보는 이 계절을 우리는 또한 열심히 그리고 의미 있고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어느 아침 출근길에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 감나무 위에 시선이 고정된다. 이 아침에도 인생의 많은 자원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을 태워버린, 감나무에 달린 하나 남은 홍시와 같은 이들을 만나러 종종 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다지 크지도 않고 튼튼하게 보이지도 않은 감나무에 빨간 홍시 하나만 남아있었다. 그 많고 풍성한 나뭇잎은 시간의 부지런함 속에 다 떨어져 버렸고, 아울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법 많은 감들이 각자 개성을 뽐내며 협력하면서 어우러져 매달려 있었는데, 이제 달랑 홍시 하나만 안개와 같은 사연을 바람처럼 남기고 외롭게 매달려 있다. ‘달랑 홍시 한 개’는 첫 느낌이 ‘외롭다’ ‘춥다’는 생각이 먼저 느껴졌지만, 이내 그 생각은 반론을 만난다.  이전에 풍성했던 잎사귀와 어울러졌던 많은 열매들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지금도 아름답다’는 마음과 ‘더 더욱 소중하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였다.

  완화병동 한 병실에서 말기 암 투병을 하는 엄마, 간병 하는 딸이 부탁을 주고받는다. 병실문의 틈새를 통해 들려지는 간절하고 절절하게 울려 퍼지는 딸의 통사정! “엄마! 십년만 더 살고 가세요. 엄마~” (대답 없는 엄마)“......” “엄마 알겠죠? 나랑 십년만 더 살다가 가세요! 으응~ ” (눈물만 흐르는 엄마) “......”. 지나던 길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엄마의 수고와 딸의 조급하고 간절한 마음이 내 맘을 쥐어짜는 듯 먹먹해졌다.  엄마와 딸은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오늘도 황금덩어리 만큼 귀중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가냘픈 감나무에 한 개 달린 홍시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그 자체로 황홀하고 소중하며 아름다운 우리의 ‘오늘 삶’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에도 홍시 한 개는 내내 이 겨울을 아름답게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