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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나의 죽음

 너무나 추웠던 겨울은 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 왔다. 예쁘게 핀 꽃들이 봄이 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꽃피는 아름다운 봄날 꽃놀이도 못가고 쉼 없이 과제와 공부로 바쁘게 사는 하루하루에 지쳐갔고 불평과 불만만 늘고 기쁨과 감사가 부족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첫 번째 실습을 겨우 마치고 나서야 실습에 적응이 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쉴 틈 없이 중간고사를 보고 두 번째 실습은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하면 말기 암 환자들이 마지막을 준비하러 간다는 인식이 강한데,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도를 많이 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이곳에서 어떤 것들을 단련시키고 배우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되는 마음도 있었다.

 첫 duty, 수간호사선생님께 Orientation 받았고 선생님께서는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과제를 제출하라고 하셨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분명 나에게 다시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하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다,

 대상자분들과 그 가족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지난겨울 아버지는 암을 진단 받으셨고 13시간에 거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어서 수술만 잘 되면 회복하실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13시간 동안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수술을 받으실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수술 후에도 일주일 동안 입으로 밥을 드실 수 없었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시간마다 흡인을 해드려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작으신데 뼈만 앙상하게 남고 겨우 숨을 쉬시는 모습에 눈물만 났다. 엄마와 병실을 지켜야 했고 그 또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 그래도 그 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한데 여기 계신 분들이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슬픔들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내 가족이 떠난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난 나의 아버지를 통해서도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죽음을 생각했던 때는 죄인이었던 내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얻었을 때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였다. 삶의 회의를 느낀 나는 나는 누구인지’, ‘나는 왜 사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고 답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이후로 가지 않았던 교회에 다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난 나의 삶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고 바로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약하고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고 선하시고 공의로우신 그분께 모든 것을 의지하고 맡겨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야 한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이 땅에서의 삶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살아갈 영원한 생에서 이곳에서의 삶은 정말 작은 부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 그리스도를 위해 살아가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명을 찾아 기도했고 그 기도에 응답을 받아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정말 매일 매일 감사할 것들이 넘쳐나고 기쁨이 넘쳐나는데 그것들을 잊고 악에 꾀에 빠질 때가 많다. 그동안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곳에서 처음사랑을 기억하라고 하시는 것 같다,

 육의 죽음은 분명 두려울 때가 많지만 영은 죽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후에 예수님께 수고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족하다. 살아온 날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조금은 알기에 그 받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 사랑을 나누어드리고 싶다. 그 고통과 아픔을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기쁨이 되어드리고 싶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나와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참 평안을 누리고 마지막까지 기쁨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라 매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