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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심    
RE:죽음에 대하여
 ▨ 죽음에 대하여
잘 죽어야 잘 살 수 있고,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 부활 그곳 병동 소망실에서 읽은 글입니다. 마음에 감동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호스피스를 뛰는 첫 날, 우리에게 내주신 과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 이 숙제를 듣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다.
늘 조금씩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는데, 구체적이고 진지하지 않은 막연한 생각이었다.
난 80살 쯤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자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80살까지 사는 것에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도 다 해봤다는 전제 하이고, 80살의 나에게 소중하게 생각될 사람들에 대한 생각,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난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 생각이다.
마치 죽음이 내 생각처럼 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호스피스를 뛰는 첫 날, 어쩌면 그 전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지금 병동에 계신 환자분들도 나처럼 건강한 죽음을 꿈꾸셨지, 죽음을 기다리며 이렇게 암으로 병원에 있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으셨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 생각대로 내가 죽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서 생각한게 내가 늘 멀게 생각했던 죽음이 생각보다 나와 가까이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죽음에는 순서가 없고,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반드시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혼자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하나님이 지금 당장 나를 하늘나라로 데려가려고 하신다면 나는 어떨까?'하는 것이다.
내 믿음으로는 천국에 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인간된 마음으로 또 생각한다.
아 그래도 결혼도 못해봤는데, 아직 나는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나중에는 진짜 내가 지금 죽을 것도 아닌데 혼자 속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제가 이러 이러한 것들을 다 해보고 죽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것은 늘 내 죽음에 대한 생각의 결론이다. 
 
이렇듯 나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다만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뻔한 이야기지만 좀 더 열심히 하루를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몽골에 선교하러 가서 호스피스 사역을 하시는 분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 분께서 우리에게 잘 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고 물어보셨다. 우리 모두 늘 잘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그 때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너무 당연한 말인데,  삶에대한 생각만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잘 하지 않는 우리에겐 그 문제가 어려웠다. 그 때와 이번 호스피스 병동을 뛰면서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지금의 나는 너무 게으르고 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일주일이 되었다.
 
그리고 저번 주, 일주일을 실습을 뛰면서 나는 환자분이 소망실로 옮겨가는 것도, 임종을 하시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문자로 소식을 듣고 주말이 지나 돌아왔을 때 임종하신 걸 알고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없을 때 돌아가셔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직접 봤다면 너무 슬펐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종을 보지 못했음에도 내가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도와드리며 눈을 맞추던 분들이 주말이 지나고 와보니 없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허전했고, 슬펐다.
잠깐 환자분들을 만났던 나도 생각해보면 슬프고, 허전한데, 늘 그 옆에서 지키며 사랑하던 가족들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호스피스에서 왜 환자뿐만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간호도 해야하는지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오늘도 소망실로 옮기는 것과 임종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위험하신 분들이 4분 계셨다.
가족들, 친척들, 모든 지인들이 찾아와서 환자분을 붙잡고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봤을 때는 내가 죽을때도 우리 가족들, 내 친구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 때문에 슬프겠지? 라고 그 생각만 했다.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 이걸 쓰며 깊게 생각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내 죽음에 슬플 것이라 내가 생각하듯이, 지금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나 말고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또 하나 생각나는 말이 있다. "있을 때 잘하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잘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저번 1주일이 의미있었듯 이번 1주일도 또 다른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1주일이 됐으면 좋겠다.
 
 
 

 ▨ RE:죽음에 대하여